나른한 일요일 오후 예전부터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싶은 글감이 있었다.
이거 진짜 신기한 현상인데, 동물들을 잘 보자.
사자, 호랑이, 표범, 독수리 같은 난폭하고 사나운 동물들은 외모 자체가 무섭다.
반대로 사슴, 노루, 토끼, 판다곰(?) 같은 초식동물은 어떤가? 귀욤귀욤, 귀요미...
그 뿐인가? 물고기도 마찬가지임. 흉폭한 육식 물고기는 아주 무섭게 생겼다. 바다에는 상어, 동네 하천에는 메기...
반대로 붕어, 피래미 같은 물고기는 착하게 생김. 통통한 붕어 커여워.
내가 주로 서양 코쟁이 지식인들이 쓴 책들을 많이 읽는데, 저자 사진을 보면서 또 다시 한번 느꼈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학자는 외모 자체가 배운 티가 나고, 조폭이나 흉악범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 그대로 숭악스럽게 생겼다.
사회생활하면서도 놀란 점은 외모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태를 80% 이상의 확률로 맞출 수 있음. 인상이 쎄보이면 진짜 한 성격 하는 경우가 많고, 온순하게 생긴 사람은 대부분 착하고 부탁도 잘 들어줌. 그래서 대부분 흑우가 되어서 조직에서 갈려나감.
몇 년 전에 사겼던 여친은 첫 만남에서 내가 한 눈에 반했고, 한동안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도 인상이 쎄보이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매너도 좋았고 말하는 것도 똑똑해보여서 인상은 애써 무시하게 되었지.
그런데 놀랍게도 몇 개월 후 알게 된 사실은(아니 사실은 본인이 쎄다고 알려줬지만 난 의도적으로 뭉갰음), 그녀의 성격은 외모와 동일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독설을 쉽게 말할 수 있는지 내가 멘탈이 흔들거릴 지경이었고 결국 이별로 이어졌다.
뭐 사람 인상이 실제 성격과 어느정도 일치한다는 얘기는 아마도 수천년 전부터 이미 암묵적으로 아니, 공공연하게 공유되는 상식, 지혜(?)였겠지. 그런데 동물도 다른 동물의 목을 물고 늘어져서 잡아먹는 육식동물은 대부분 사납고 용명하게 생겼고, 반대로 초식동물은 온순하기 그지 없게 생겼다는 게 어떻게 보면 참 놀랍지 않은가?
사람의 경우 강해보이는 인상이 몇 가지 있는데, 얼굴 윤곽선이 우락부락하거나 눈매가......아, 안 적겠습니다. 괜히 여기에 해당하는 분들이 보시면....그리고 인상과 실제가 무조건 일치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덩치나 인상은 조폭이나 다를 바 없는데, 세상 이렇게 착한 사람 없을 정도인 직원도 있으니까!
호르몬의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야. 남성 호르몬이 많으면 실제로 외형 자체가 우락부락해지는데 보통 이런 사람이 더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이 마흔을 넘기면 본인 인상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는데, 결국 40년 이상 살아오면서 잘 웃고, 화 안내는 사람은 얼굴 주름도 그런 방향으로 생겼을 거고, 반대로 수시로 화내는 사람은 얼굴도 그런 방향으로 굳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
동물도 육식동물이 초식동물과 다른 호르몬이나 DNA가 있을거고 그로 인해 외형도 강인하거나 표독스럽게 형성이 되겠지. 게다가 육식동물은 먹잇감을 놓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므로 항상 먹잇감을 향해 집중하고 째려보고 있어야 했으므로 눈매도 더 무서워졌겠지.
아무튼 외형은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아니 우리가 생각한 대로, 아니 우리 부모님, 우리 조상님이 알려준대로 실제를 잘 반영한다.
어른들 말씀은 대부분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인생 꿀팁이자 인류를 지탱해온 보물일 수도 있다. 틀딱들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결혼할 때 상대방 가정도 잘 살펴봐라. 청소 제때제때 해라, 방안에만 있지 말고 운동 좀 해라, 젊을 때 공부안하면 분명 후회한다, 여자는 남자 없이 살아도, 남자는 여자 없이 못산다(나 어릴때 동네 어른들이 낄낄거리면서 하던 말인데, 마흔 넘기고 혼자 사니 이제서야 뭔 소린지 알 것 같습니다. 동네 틀딱 어른들 다들 나심 탈레브 못지 않은 현자셨어)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자들은 이런 축적된 경험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편견 가득한 자들이 아니라, 어떠한 편견이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선동하는 자들이다.
015B 4집에서는 "양복을 입은 사람이 가죽잠바를 입은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라는 가사가 있는데, 막상 이 가사를 쓴 사람한테 10분간 같이 있을 사람이나 아이를 잠깐 맡길 사람을 고르라고 하면 양복을 입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읽어보고 기독교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리고 진짜 제대로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 믿으면 천국간다는 로우 퀄러티 발언도 절대 하지 않는다는 점을, 조던피터슨은 성경을 인류가 온갖 풍파를 겪으며 깨달은 진리, 인생 꿀팁의 모음집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인간이 참되게 살아가려면 어떤 도덕적 가르침, 기준, 원칙 같은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세상만사 옳고 그런게 없고 모든게 상대적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진심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조던 피터슨 교수님 땡큐 베리 마취~
아무튼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 편견의 대부분은 사실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큰 목적 2가지, 즉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합리적이기 짝이 없는, 통계적 사고방식이다라는 점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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